제목 황희연 전문연구위원, 문화일보 인터뷰 작성일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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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연 주민참여도시만들기연구원 원장이 지난 25일 충북 청주시 외곽에 위치한 연구원 정원에서 융복합이 특징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도시재생은 필연적 과정이자 현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도시재생’ 연구 선구자… 황희연 주민참여도시만들기연구원장 


 

산업화땐 도시외곽으로 퍼지다  
팽창 둔화되면 ‘빈 내부’못채워  
정치적 문제로까지 떠오르게돼  

4차산업혁명은 ‘도시중심’지향  
지식산업·문화산업·금융업 등  
도심에 조화시키는 것이 관건  

어지간한 돈으로는 성공 못해  
공공 부문은 관행 벗어던지고  
민간투자 이끌며 위험 분담을 

“산업 순환 주기와 도시의 생명 주기는 거의 일치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재생은 도시의 생존법입니다.” ‘포스트 산업화’ 시대를 맞아 재생이 도시 재창조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옛것을 지키며 새로움을 불어넣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의 도시재생이 쇠락한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현 정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1년에 10조 원씩 총 50조 원을 투입해 전국 500곳에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 167곳과 지자체에서 별도로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합치면 전국 20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재생 열풍’이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지구 투기 의혹과 같은 논란을 낳았지만, 재생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국내에 도시재생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황희연 주민참여도시만들기연구원장을 지난 25일 만났다. 

그는 “산업화는 탈 도시화를 지향했지만, 융복합을 중시하는 4차 산업혁명 사회의 주요 산업인 지식정보산업과 문화산업, 금융산업은 도시 중심부를 지향한다”면서 “도시재생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로 정년퇴직한 황희연 원장은 199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도시계획센터를 만들 때 도시재생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도시재생 1세대 연구자다. 지금도 세종시 정책자문위원회장으로 조치원읍 도시재생 사업을 이끄는 ‘현역 활동가’이기도 하다.  

“산업화가 발전하고 인구가 팽창할 때 도시는 외곽으로 계속 퍼져 나가기 마련입니다. 어느 정도 팽창 속도가 둔화하면 외부로 나가는 속도가 줄긴 하지만, 빈 내부를 채우지 못하는 한계 시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때부터 원도심과 외곽 신시가지가 경쟁을 시작합니다. 대개 원도심이 경쟁에서 패배하고, 이것이 정치적 문제로 부상합니다. 어느 국가든 도시재생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2010년이 터닝 포인트 시점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황 원장은 산업화 시대에는 도시가 외향적이지만 융복합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도시가 중심부를 향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한창 팽창하던 시기는 제조업 경쟁력이 있었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전통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산업주기와 도시 생명주기가 거의 일치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도시재생을 하는 데 후기 산업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쟁력을 도시에 불어넣어 줘야 합니다. 융복합이 속성인 지식산업, 정보산업, 문화산업, 금융업 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 있는 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산업들은 도시 중심부를 지향합니다. 결국, 지식정보산업과 문화산업, 금융업 등을 어떻게 도심에 담아낼 것이냐, 새로운 트렌드를 기존 역사와 유산에 어떻게 접목하느냐 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핵심입니다.”  

황 원장은 “우리나라 도시재생 역사는 짧지만, 우리보다 앞서 도시재생을 추진한 일본보다 앞서 있는 것 같다”며 “도시재생 뉴딜 사업 현장에는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중간조직인 도시재생센터가 있고, 도시재생법이 제정돼 있어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2000년대 초반 버블이 터지면서 도시재생을 경제 활성화의 축으로 잡았습니다. 1년에 15조 원 정도씩 10년 이상 투자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추진하다 보니 엄청난 예산을 쓰고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도시재생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했고, 경남 창원과 전북 전주 등을 테스트베드 지역으로 선정해 다양한 실험을 하며 도시재생 성공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면적 규모에 따라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정비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도시재생은 지속 가능한 도시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성공 여부는 산업구조 개편에 달려 있다.  

“미국 피츠버그시는 원래 철강 도시이고, 미국 전체 철강의 절반을 생산했던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신일본제철과 신흥국에서 철강 생산이 늘어나자 그때부터 피츠버그시는 카네기멜런대와 손잡고 전자산업 도시로 전환하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도시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산업구조 개편을 일찌감치 시작한 것입니다. 1980년대 들어 도시가 정말 쇠퇴했는데 그때 톰 머피 시장이 3선을 하면서 12년 동안 중점적으로 산업구조 개편 정책을 시행해 미국에서 유명한 바이오산업과 정보통신산업을 다 유치했습니다. 지금은 철강과 무관하게 4차 산업혁명 도시로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도시가 됐습니다.” 

그는 철강 도시 ‘포항’의 쇠락을 경고했다. 황 원장은 “포항의 철강산업은 이미 쇠퇴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 현재 전력도 유지하기 힘들 만큼, 진짜 위기가 올 것”이라며 “경쟁력이 있고, 새로운 투자 여력이 있는 지금, 산업구조 개편 준비를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은 민간 투자가 들어와 일자리를 만들고, 돈도 돌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지간한 돈으로는 쇠퇴하는 흐름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공공부문이 민간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민간 투자 마중물 역할을 맡겼다고 나선 것은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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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원장은 특히 공공부문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민간과 공동운명체라는 파트너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자 유치, 기업 유치, 청년 유치 등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이 바뀌어야 합니다. 기존의 전통 관행으로는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지 못합니다. 바뀌어야 할 것 중 가장 큰 것은 행정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행정은 인·허가만 하고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도시재생 선진국을 보면 행정기관이 사업 시행 전에는 신중하게 평가하고, 사업 계획을 꼼꼼히 따지지만, 사업이 시작되면 민간을 파트너로 받아들입니다. 잘되면 같이 좋고 안 돼도 위험 부담을 일정 부분 책임진다는 행정의 마인드 전환이 절실합니다.” 

그는 “도시재생 창업자금을 융자할 때, 행정이 직접 나서면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상충한 속성을 가진 도시재생은 투자와 투기라는 양면성을 띨 수밖에 없다. 손혜원 의원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과거 삶의 이력을 보는 게 중요합니다.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손 의원이 많은 노력을 해온 건 사실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믿음이 갑니다. 목포에서 조선내화 재개발을 앞장서 막는 등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길 살려 놓으면 가치가 있다고 봤을 겁니다. 일종의 사업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성공한 도시재생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가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주민, 상가가 쫓겨나는 현상)이다. 황 원장은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면 땅값, 건물값이 올라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그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산을 투입했는데, 지역이 발전하지 않으면 예산을 낭비한 것이 됩니다. 외부 민간 자본이 들어와야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낮은 임대료를 내던 원주민들을 어느 수준까지 보호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거나 개별 건물 리모델링을 지원할 때, 5년간 임대료를 안 올린다는 등 조건을 붙이거나 조례 등을 통해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막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운영해 수익이 주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황 원장은 도시재생의 성공은 자발적인 주민참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재생 사업에 참여한 창원이나 충북 청주, 세종시가 모두 성공한 것도 주민참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기존 시설물이 있는 곳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재산권 문제가 항상 따라다닙니다. 특히 상권의 경우엔 권리금 문제도 얽혀 있어 사업을 진행할 때 행정의 원칙이나 룰에 의해서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주민의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고 역량이 강화돼야 합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도시재생 대학이 중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황 원장은 ‘현재’라는 조건을 달아 도시재생이 가장 잘 진행된 곳으로 청주를 꼽았다. 


 

“3년 동안 임대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던 건물이 있는 청주 중앙로를 국가 예산 지원 없이 재생 프로그램으로 완전히 살려 놓았습니다. 거리는 죽어가는데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건물 두 개를 신탁받아 임대료를 50% 할인해서 한 건물에는 실용음악학원을, 다른 건물에는 연극극단을 들어오게 했습니다. 음악학원과 극단에서 공연하고, 공방을 만들어 주말에 플리마켓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했더니,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거리 상권이 살아났습니다. 지금은 중앙로 작은 골목 구석구석까지 가게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황 원장은 경제기반형 뉴딜 사업이 추진된 청주 연초제조창도 성공 모델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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