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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룡 전문연구위원, 중앙일보 시론 기고

뉴스
작성자
ifue2020
작성일
2017-11-11 22:21
조회
8


신해룡 전 국회 예산정책처장·중부대 고양캠퍼스 초빙교수


정치 과정의 산물인 예산은 퍼주는 게 아니라 잘 줘야 재정건전성 걱정 나온다면 현명한 예산정치로 풀어야

모든 문제는 예산으로 통한다. 한 나라의 장래는 그 나라의 재정을 보면 알 수 있고, 예산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고 정부의 정책 방향이며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라며 “당면한 우리 경제·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산에 대한 명징한 풀이다. 올해보다 7.1% 증가한 429조원의 편성 내역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재정지출은 그 규모도 중요하지만 재원 배분의 양상, 즉 어디에 얼마만큼 쓰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세계 경제의 흥망사를 연구한 데이비드 랜즈는 부국과 빈국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국토나 자원처럼 주어진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정책의 선택을 꼽았다. 내년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첫 번째 공약 가계부다. 산적한 재정 현안을 풀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재원인지라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따른 세출 구조조정이 급선무다. 성장의 활력을 높이느냐, 아니면 복지 지출을 늘리느냐가 관건이다. 배가 기우는 것을 막으려고 짐을 반대쪽으로 배치할 수는 있지만 너무 한꺼번에 옮기다 보면 오히려 배가 뒤집힐 수도 있다. 예산의 우선순위와 정책 선택의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보장(social security)뿐 아니라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도 잘 챙겨야 하고, 소탐대실(penny wise, pound foolish) 사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싹을 잘라내야 한다.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경제학과 교수는 2011년 뉴욕타임스 공개 서한에서 당시 여소야대 상황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야당을 적으로 만들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맨큐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감세 연장안을 타협하는 과정에서 공화당을 인질범(hostage taken)이라고 불렀다.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한 용어를 선택했으면 한다. 공화당은 테러리스트도, 적도 아니다. 무엇이 최선이냐를 놓고 판단이 다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결심으로 1주일에 적어도 한 번 공화당 인사와 맥주를 마시는 것을 실천해 보라.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 있겠지만 결국 서로의 차이점을 더 존중하게 될 것이다”라는 충정을 전달했다.



시론 11/11

맨큐 교수의 글을 인용한 것은 우리 국회에서도 예산정치의 참다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기대해서다. 예산은 그야말로 정치 과정의 산물이다. 순자(荀子)는 “나라를 풍족하게 하는 방법은 절약해서 쓰고, 백성이 넉넉하도록 해주며, 그 나머지는 잘 저축해 두는 것이다. 절약해 쓰는 것은 예(禮)로써 하고 풍족하도록 해주는 일은 정치로써 한다”고 설파했다. 예산정치는 예산과정 속에서 재정 규모의 적절성 등 예산 논쟁과 재정개혁 방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실체이며, 국회는 그 같은 예산정치를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장(場)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회 예산심사와 관련해 국민에게 각인된 모습은 정부 발목 잡기, 당리당략에 치우친 예산 나눠 먹기, 정쟁을 일삼다 의결시한이 코앞에 다가와서야 촉박하게 심사하는 졸속심사 등으로 비쳤다.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재정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국가 부도를 경계한 발터 비트만은 공공예산과 사회보험의 재정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각국 정부는 전반적 개선이 아닌 선택적 조치를 취해왔는데, 이는 긴급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잠시 소방수를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나라마다 재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은 늘 반복해 논의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나마 기존 체계에 대한 소소한 변화라도 시행하게 되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거나 ‘거대한 세기적 개혁’을 단행한 것처럼 침소봉대한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의 미봉적인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위험한 수준으로 올라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치 우리의 현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듯 뜨끔한 경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부채 시계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번 예산국회만큼은 여의도 의사당을 24시간 밝히면서 납세자의 피 같은 세금이 올바로, 똑바로 쓰이는지 조목조목 살펴 국민의 시름과 걱정을 덜어주는 예산정치의 진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예산은 치국의 기틀이며, 흥국의 도구이고, 부국의 거울이며, 강국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신해룡 전 국회 예산정책처장·중부대 고양캠퍼스 초빙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론] '예산 정치'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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